2026. 7. 26. 21:25ㆍ카테고리 없음
2013년 7월 1일, 따듯하다면 따듯하고 춥다면 추운 날씨였습니다. 양재역 2번 출구 앞, 무언가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던 27살의 청년이 있었습니다. 오른손엔 이제 막 시작될 커리어를, 왼쪽 가슴엔 알 수 없는 설렘을 안고서요. 그날의 저는 이 길이 14년 뒤 'AI 수출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질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
SPC, BHC, 글로우서울을 거치며 저는 줄곧 해외사업과 글로벌 공급망(SCM)의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낯선 나라의 바이어와 계약서를 두고 밤새 씨름하고, 언어와 문화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그럼에도 우리 브랜드와 제품이 세계 어딘가에서 인정받는 순간을 지켜보며 14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중동의 한 대형 유통 바이어와 계약 조건을 두고 새벽 두 시까지 화상 회의를 이어가던 날이었습니다.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된 협상이었는데, 문화적 뉘앙스 하나 때문에 몇 시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죠. 결국 계약서 문구 대신 제품 하나를 직접 들고 화면 앞에서 조리 과정을 보여드리고 나서야 바이어의 표정이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말이 아니라 진심이 통해야 계약이 성사되는구나' 하는 걸 몸으로 배운 밤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벨이삭이 '다국어 번역'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마음 한켠에 계속 남아있던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K-푸드가, 이렇게 진심 어린 농가의 이야기가 세계 시장 앞에서는 늘 같은 벽에 부딪힐까?" 언어 장벽, 복잡한 무역 서류, 그리고 해외 바이어 관리라는 3대 난제 앞에서 수많은 중소 식품기업들이 도전을 포기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 안타까움이 쌓이고 쌓여, 결국 하나의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내가 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노하우를, 더 많은 기업이 함께 쓸 수 있는 도구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AI 기반 B2B 무역자동화 플랫폼, 벨이삭(Belle IsaaC)입니다.
벨이삭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박람회 현장에서 받은 바이어 명함 한 장으로 다국어 이메일 초안을 즉시 만들어내고,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 같은 무역 서류의 수작업 부담을 대폭 덜어주며, 실시간으로 FOB 견적까지 산출해주는, 현장의 답답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설계한 해결책입니다.
동시에 벨이삭은 농촌 체험 학습 지도사 과정을 통해 만난 수십 명의 농가 대표님들의 이야기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이 유통 구조의 한계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세계에 전하고 싶다는 바람. 이 모든 것이 벨이삭이 그리는 큰 그림 안에 담겨 있습니다.
농촌 체험 학습 지도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표님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30년 가까이 유기농 배 농사를 지어오신 그분은 "품질로는 어디에도 안 뒤지는데, 정작 우리 배를 세계에 알릴 방법을 몰라 동네 도매상에만 넘기고 있다"고 담담히 말씀하셨습니다. 수출 서류 한 장 작성하는 것도, 바이어에게 보낼 소개 메일 한 통 쓰는 것도 막막하다는 그 말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기술이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대표님 한 분 한 분의 첫걸음을 가볍게 만들어드리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술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데이터로 무역의 복잡함을 덜어내며, 무엇보다 농민과 제조사의 진짜 이야기를 세계 시장에 전하는 다리가 되는 것. 그것이 벨이삭이 태어난 이유이자, 앞으로 걸어갈 방향입니다.
2013년 양재역 앞에서 시작된 떨림은 이제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대한민국 농가와 식품기업들의 손을 잡고 세계로 나아가려 합니다. 이 서막의 다음 페이지들을 앞으로 하나씩 이 공간에 기록해나가겠습니다. 벨이삭의 여정을 함께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